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인젝션 키트의 의미

인젝션(Injection)이라고 하는 것은 영어 단어의 뜻 그대로 ‘주입’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입하는 대상은 ‘금형’이라고 불리우는 보통 금속으로 만들어진 틀이고, 이 안에 ‘가열해서 액체 상태가 된 플라스틱 수지’를 ‘주입’하는 것이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주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대량 생산을 위한 형틀(금형)에 사출 공법을 사용하는 제품 성형 방법을 인젝션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인젝션 방식으로 생산된 키트를 인젝션 키트라고 말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젝션 키트의 이해

우리가 지금 관심사로 가지고 있는 프라모델이라는 분야는 바로 이 플라스틱 인젝션 기술이 모형 키트의 대세가 되면서 대량 생산의 장점으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흔히 사용하는 프라모델이라는 말은 인젝션 키트를 만드는 주요 재료인 플라스틱(스타이렌 소재)과 모형이라는 의미의 모델링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축약되어 정착된 용어입니다. 제대로 된 모형 제작이라는 표현은 Plastic Model Kit 이 맞습니다. 그냥 참고삼아 알고만 있도록 하십시오. 행여나 영어권의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하실때 Plamodel 보다는 Plastic Model Kit 이라고 검색하시는 것이 원하는 결과를 더 빨리 찾는 방법입니다.

인젝션 키트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출기라거나 기타 금형 제작기같은 수많은 장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장점은 대량 생산에 의해 제품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크기의 같은 품목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인젝션 키트가 레진 키트의 10분의 1~2 정도 가격밖에 하지 않는 점은 바로 이 대량 생산에 의한 생산 단가의 하락과 대량 유통에 따른 비용 분산이라는 경제 원칙때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량 생산과 금형 기술에는 한계가 있어 디테일은 레진 키트나 소프트 비닐 키트와는 조금 다르게 표현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정확한 스케일로 작게 축소해서 만드는 정밀 스케일 다운 제품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키트 생산을 위해 모형 자체의 형태가 변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더 컷이라고 하는 부분을 이해하시면 되는데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생략과 형태 변형이라는 한계속에서도 다행히도 많은 자료들과 정보에 의해 이런 부분을 개조하는 것 또한 모형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는데 흔히 말하는 개조나 디테일 업이라는 용어가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하여간에 인젝션 키트라는 것이 대략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인 인젝션 키트를 생산하게 되는 과정부터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젝션 키트 생산 과정

모형 생산 회사의 사진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플라스틱 병 뚜껑같은 HDPE(High Density Polyethylene, 고밀도 폴리에틸렌)를 이용한 금형 인젝션 제품 제작을 사례로 설명하겠습니다.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먼저 금형을 설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금형을 서로 맞물렸을 때 정확한 위치에 맞도록 고정되는 암수로 맞춰질 수 있는 부분과, 녹인 플라스틱을 밀어넣는 사출구(들어가는 곳), 내부에 충분히 플라스틱이 차고 남으면 남는 플라스틱이 밀려 나올 수 있는 토출구(나오는 곳)의 설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출구가 없으면 내부에 있는 공기조차 빠져나갈 방법이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플라스틱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관계로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여기 샘플은 단순한 구조와 모양이기에 큰 고려사항이 없는 편이지만 사출구의 형태나 사출구의 온도등도 제품 생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우리는 소비자니까 그런 복잡한 것은 무시하도록 합시다. 다만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사출구와 토출구때문에 러너라고 하는 형식으로 여러개의 부품을 한꺼번에 찍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는 것입니다. 부품 하나만 보면 위와 같은 상황이겠지만 이런 부품 수십개를 한판에 찍으려면 조금 더 고민해야겠죠?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선으로 그려진 것 중에서 파란색 부분을 통해 녹인 플라스틱이 들어가고 노랑색의 동그란 부분… 즉 원하는 제품의 형태가 있는 부분에 플라스틱이 다 차게 되면 녹색 선을 따라서 남는 플라스틱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저 금형에서 노란 제품을 뽑아내려면 파란색과 녹색선 부분의 플라스틱 찌꺼기도 함께 따라나오게 될텐데 그것이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게이트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인젝션 키트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게이트가 필수적으로 생길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원하는 제품과 무관한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참고삼아 관련된 용어들은 게이트(Gate), 러너(Runner), 스프루(Sprue) 등이 있습니다. 엄밀한 구분은 아니겠지만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은 스프루(Sprue)를 통해 금형으로 들어가게 되고, 주입된 금형 안에서 액체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러너(Runner)를 통해 이리 저리 이동하면서 사용해야 할 부품이 있는 곳에 연결된 게이트(Gate)를 통해 제품 안으로 주입되고 부품이 되는 빈 공간을 다 채우고 나면 사출구를 통해 빠져 나가게 된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이제 다시 금형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죠.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디자인한 설계를 쇠로 깎은 금형이 완성되고 나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는 금형에 이형제를 바르게 됩니다. 이 사진에서는 액상으로 바르고 있지만 가루 형태를 바르는 곳도 있고 미스트 형태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녹인 플라스틱이 금형과 달라붙지 않도록 할 무엇인가는 발라두는 것이 제품을 생산하기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달걀 프라이를 만들때 주방 냄비도 처음에는 기름없이 달걀을 깨뜨려도 잘 들러붙지 않는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기름이 없으면 재료가 타서 조금씩 눌러붙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겁니다. 적어도 인젝션 키트를 위한 금형은 우리가 주방에서 사용하는 냄비보다 월등히 많은 제품을 찍어내기 때문에 이같은 관리에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것은 이형제의 존재입니다. 즉, 기름기로 이루어진 이형제는 어쩔 수 없이 제품 자체에 묻어 있을 수 밖에 없고, 도색같은 과정을 거칠 때 도료가 모형 표면에 정착되는데 방해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형제 제거를 위해서라도 세척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제조 회사에 따라 최적의 배합 비율을 만들어서 이형제가 남더라도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할 수도 있겠지만 제작 과정에서 우리 손에서 묻어나는 지문이나 기름기가 모형 표면에 묻을 수 밖에 없으므로 이왕 도색할 계획이라면 이 모든 것을 닦아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여기에서야 자그마한 금형에 단순한 부품이라 테이블 바이스정도면 충분히 물릴 수 있겠지만 뽑아야 하는 제품이 냉장고 문짝만하다거나 차량의 범퍼같은 것도 이런 방식으로 생산하니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어마무시한 사출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대부분의 제품에 이런 방식의 크고 작은 인젝션 부품들이 들어가니 부품 단위에서 살펴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금형을 서로 어긋나지 않게 잘 물린 후에 바이스와 같이 꼬옥 붙잡아줄 공구로 사출 과정에서 밀어내는 플라스틱의 압력때문에 금형이 벌어지지 않도록 고정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금형도 닳게 되고, 사출기도 노후화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세 업체가 생산하는 경우에 인젝션 부품에 불필요한 지느러미나 단차같은 것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영세업체라고 한 것은 설비에 해당하는 사출기를 더 좋거나 더 비싼 것으로 교체하기 힘들다는 것 때문이고, 작은 업체라고 하더라도 노하우와 정성으로 깔끔하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됩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금형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거나 금형이 닳는다거나 하면 원하는 제품에 불필요한 파팅 라인, 지느러미 같은 것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형 자체를 만드는 비용이 엄청난 관계로 A라는 회사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나면 B라는 회사에 금형을 판매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B 회사는 A 회사의 로고를 갈아내서 지우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깔끔하게 작업하지 못하면 금형에 어떤 형태로건 땜빵 자국같은게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제품 구조상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하겠지만 모형에서 그런 부분을 찾았다면 어딘가에서 구매한 금형으로 만들었겠거니 하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이제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을 녹여서 주입할 단계입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무슨 살코기를 믹서에 넣어서 소세지를 만드는 것 처럼 보여지긴 하지만 빨간 것이 플라스틱 조각들입니다. 적어도 모형 회사들은 이런 식으로 재활용 플라스틱보다는 조금 더 순도가 높고 일정한 성분들로 구성된 플라스틱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합니다1). 이때 플라스틱 원료가 얼마나 좋은 것이냐, 그리고 그 재료를 사출 공정의 기술들과 얼마나 최적화 시켰느냐2)등에 따라 제품 생산 회사의 기술력이 차이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원료에 색을 섞을 때 얼마나 기술적으로 섞어 보다 예쁜 색깔을 내느냐는 모델러 입장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기술은 매우 복잡할 수 밖에 없어서 도료를 생산하는 회사들도 도료 제품의 병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만들 때 도료 색상과 일치하는 색상이라기 보다는 대략 그 색인가보다~하는 느낌정도밖에 못살리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출색이 너무나 훌륭해서 굳이 도색하지 않아도 괜찮은 키트들 같은 경우에는 모형 회사에서 엄청나게 많이 공들인 제품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

플라스틱 원료의 주입 속도나 온도에 따라 간혹 플라스틱 표면에 물결무늬같은 것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져보면 단차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단차는 금형의 어긋남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물결무늬는 사출 속도나 사출물의 온도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도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드디어 제품이 나왔습니다3). 12시 방향에 사출구가 있고, 6시 방향에 아주 자그맣지만 토출구의 흔적이 보이실 겁니다.

이런 류의 게이트를 얼마나 제거하기 쉽도록 설계하느냐가 그 기업의 기술력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최근 발매되는 키트들의 게이트를 보면 러너에서 연결되는 부분은 두툼하지만 부품과 이어지는 부분은 매우 자그맣게 좁아져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부품에 맞닿는 곳이 작을 수록 부품을 다듬는 과정이 단순해지고 부품이 상할 가능성도 적어진다는 점을 모형 회사들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이런 식으로 분리가 가능한 한 벌(이 사례에서는 두장의 금형)의 금형이 있어야 제품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인젝션 키트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4). 상황에 따라 더 복잡한 금형 기술들도 존재합니다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이런 방식입니다. 덕분에 금형간의 단차때문에 금형이 분리되는 방식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파팅 라인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이 식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품의 수축과 이번 사례에서처럼 쉽게 빠지는 형태가 아닌 경우에는 내부에 핀같은 걸로 밀어내면서 부품을 분리하게 되는데 이때 생기는 밀핀(밀어내는 핀)자국 같은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제품 고급화를 위해 에칭과 같은 다양한 부품들을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제품 구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질이 플라스틱 사출물이라면 인젝션 키트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가장 대중적이고 시중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사출물로 구성된 제품(키트)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인젝션 키트입니다.

인젝션 키트의 기술적 한계

닭갈비(鷄肋) 언더 컷(Under Cut)

사출한 후에 틀을 분리해야 부품을 빼낼 수 있게 되는데 성형된 제품의 형태가 틀이 분리되지 못하게 한다면… 예를 들어 아래에 있는 강아지 형태의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면 금형 한 벌(두 장)으로 제품을 뽑아낼 수 있을까요?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사출까지는 가능하지만 금형 안에서 굳어버린 플라스틱을 빼낼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지요5).

때문에 부품을 여러개로 분할하게 됩니다. 아래 강아지라면 목 분리, 귀도 별도로 분리, 몸통을 좌우로 분리하거나 몸통 + 다리 4개와 꼬리로 분리 하는 방식으로 부품을 분할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키트라고 하더라도 레진 키트나 소프트 비닐 키트에서는 이런 형태라고 하더라도 한번에 뽑아낼 수 있습니다.

생산 회사 입장에서야 금형 제작의 복잡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좋겠지만 형태상 금형에서 분리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부품을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두 개로 한 쌍인 금형이 아니라 서너 개가 한 쌍인 금형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제작하는 비용은 어마무시하게 늘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a brown and white dog standing on top of a grass covered field

금속으로 된 금형에서 생산되니 당연히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금형을 만드는 금속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 그리고 대량을 찍어내기 위해 금형을 얼마나 쉬지 않고 돌리느냐에 따라 금형의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고, 이 결과로 부품에 지느러미같은 찌꺼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하는 플라스틱 수지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에 의해 제품의 수축 정도가 차이날 수 있고, 근본적으로 금형을 제작할 때 얼마나 정밀도 있는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접합선 파팅 라인의 정밀함이 차이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인젝션 키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가 바로 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문제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일러스트 – 찌거기]

[일러스트 – 플라스틱의 수축]

[일러스트 – 파팅 라인]

인젝션 키트는 런너라고 하는 곳에 부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게 됩니다. 물론 다른 형태의 키트들에도 이런 런너의 역할을 하는 게이트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예쁘게 보일 (실은 가장 효율적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인젝션 키트인 것입니다.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인젝션 키트의 전형적인 단색 사출 런너]

하지만 인젝션 키트는 대량 생산을 위해 거대한 쇳 덩어리가 키트를 뽑아내는 금형이 형틀로 사용되므로 언더 컷이라고 하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것 때문에 모든 디테일을 완벽하게 재현하기에는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고야 마는 것이죠.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생산하기에는 박리다매의 가정부터 틀어지게 되므로 비용 감소를 이유로 이런 언더 컷이 생기는 부품의 디테일은 조금 조정되어질 수밖에 없는데 언더 컷의 원리는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원래의 형태대로 재현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언더 컷]

[언더 컷이 없는 경우에는 금형에서 제대로 분리됨]

[언더 컷을 억지로 떼어내면 부품이 파손됨]

[따라서 언더 컷을 없애기 위해 부품을 생략하거나 변형시킴]

물론 이런 언더 컷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들은 별도로 분리시켜서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부품 런너가 한 벌 더 늘어나게 되는 수도 있으므로 생산단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모형제조사에서는 이런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해 버리기도 합니다.

모델러의 입장에서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언더 컷으로 인해 생략되거나 변형되었다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아주 자잘한 리벳이나 나사 머리처럼 작은 부품들이 깨알보다 빼곡하게 들어 찬 런너를 만난다면 조립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릴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옵션 부품이나 디테일 업 용도로 발매된 제품들은 인젝션 키트의 이러한 단점을 잘 파악하고 해당 부분의 디테일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이 생산되므로 디테일로 승부하고 싶으시다면 별매 부품을 이용해서 디테일 업하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축소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모델 작업을 이런 부분때문에 아주 기가찰 정도로 황당한 작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모델러나 모형제조사 양측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이런 디테일의 변형이 있을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로 하는 선에서 언더 컷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여간에 최근에 출시된 제품이나 초호화부품들로 이루어진 키트들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세밀함 때문이라고 한다면 모형업체로서도 그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복잡한 금형과 제작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 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 슬라이드 금형이니 다중 분할 금형이니 하면서 이러한 언더 컷의 제한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존에 발매되었던 제품중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모형 전성시대인 모형 왕국이 꽃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됩니다.

인젝션 키트 생산 기술의 발달

기본적으로는 2벌의 금형으로 제품을 뽑아내기 마련이지만 조금 더 고급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금형에 관한 내용은 금형 / 몰드 (Mold) 의 동영상을 보시면 기본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고, 언더 컷을 극복하고 보다 복잡한 형태를 인젝션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슬라이드 금형 (Slide Mold), 그리고 하나의 형틀 안에서 다양한 색상의 사출을 한번에 처리하는 시스템 인젝션 (System Injection)과 같은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기술들은 모형 생산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원리를 이해하시면 제품을 볼 때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모형 회사의 관점

물론 이런 기술적 한계를 막대한 예산과 수많은 실험6), 좋은 재료7), 제품 생산 주기8)와 같은 제품 생산 프로세스 전체에 공을 들여야만 하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예산을 들이고 공들여야 하기 때문에 아이템 선정부터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 제품군입니다.

물론 대량 생산 제품들은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 원리이지만 그러다 보니 모델러들의 다양한 취향에 근접한 제품들이 활발하게 생산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심지어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유통 기한의 한계도 거의 없다고 느껴지는 플라스틱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속으로 몇 개의 발매작 판매율이 지지부진한 수준이라면 글로벌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모형 생산 업체라고 하더라도 현금 흐름이 꽉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전 세계로 뿌리는 과정까지 가려면 재료비를 쏟아 부어서 생산해 두었을 테니까 말이죠.

이런 다양한 복잡도가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모형 생산 회사가 이런 제품을 대량으로 팔리기 바라면서 생산을 결심했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제품을 생산하는 모형 업체가 얼마나 신경쓰느냐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차이날 수 있지만 제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뭐라도 있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사정으로 내가 딱~!!! 원하는 바로 그 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거꾸로 나의 취향이 아무래도 마이너한 쪽이로구나하고 생각하시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모형 회사들이 콜렉션용 완성품 생산에 집중한다거나 이미 출시한 제품을 박스만 바꿔 재발매하거나 혹은 제품의 컬러만 바꿔 재발매하거나 심지어 디테일이라는 것은 어디에다 갖다 버렸는지 모를… 초등학생용 장난감 수준의 완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마냥 비난하기도 어렵습니다. 모형 회사들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안정적이거나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만 마이너하고 마이너하고 마이너한 일부 모델러들만 원할 것 같은 요상한 제품을 만들어 낼 여력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모형 업체가 얼마나 신경쓰느냐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차이날 수 있지만 회사가 이런 제품을 대량으로 팔리기를 바라면서 대량 생산을 선택했다는 점에는 박수를 보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모형 회사들이 흥하면 우리 모델러 입장에서는 보다 진귀한 모형들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니 어떤 형태던지 많이 팔리고 그들이 조금은 더 흥해지기를 기도해 줍시다.

여하튼 모형 생산 업체는 업체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제품을 계획하고, 심지어 사전 프로모션을 열심히 진행해서 많은 모델러들이 발매 초기에 제품을 구매해 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점점 생산하는 제품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관계로 금형이 복잡해지거나, 보다 정밀한 표현을 위해 보다 많은 금형을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시스템 인젝션 기술과 같은 고급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제품 생산 원가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행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런 고급 기술을 적용하는 제품군의 경우에는 가격은 다소 비싸지더라도 모형 회사 입장에서 더욱 많이 신경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 자체는 매우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반다이, 타미야, 트럼페터 제품을 만들어 보시면 부품에 변형이나 찌꺼기도 없고 지정된 위치에 딱딱 들어맞고 심지어 부품을 접착하고 나서도 접합선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델러의 관점

위에서 모형 회사의 사정은 이해하겠고, 이제 모델러의 입장에서 구매한 제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젝션 키트의 기술적 한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크게 4가지입니다.

  1. 플라스틱의 수축으로 생기는 부품의 변형
  2. 금형의 노후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찌꺼기
  3. 금형 생산 기술의 한계로 인해 생기는 파팅 라인
  4. 언더 컷이나 금형 분리하기가 애매해 생략하거나 변형시켜버린 디테일

물론 최근 높아진 인젝션 키트 제품 품질로 인해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만들더라도 웅장해 보이는 모형 작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만 위에서 말한 4가지의 문제와 모형을 제작하면서 발생하는 접착에 의한 접합선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모형을 제작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부품을 다듬고(찌꺼기 제거), 부품 자체의 파팅 라인을 다듬거나 접합선을 수정하는 것과 같은 작업은 많이 일반화되서 많은 모델러들이 작품 제작을 할 때 이같은 부분은 직접 수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금 더 많이 신경 쓴 작품들은 접합핀 뒷편에 생긴 부품 수축도 바로 잡으면서 제작하기 때문에 그냥 조립하고 도색한 작품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보이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보다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접합선 수정만이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4가지 문제점도 함께 수정해가며 모형을 제작하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모형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양한 제작기나 전시실의 설명에서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을 것이므로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이 강좌에서도 인젝션 키트 제작과 관련된 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1. 우리 복잡한 이야기인 올레핀이나 나프타같은 이야기는 그냥 넘어갑시다.[]
  2. 온도, 시간 등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3. 참고로 제 손은 아닙니다.[]
  4. 물론 레진 키트를 생산할 때도 이렇게 금형을 분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금형을 분리하지 않고도 제품 생산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5. 실제로는 금형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6. 이것 또한 예산을 잡아 먹습니다.[]
  7. 금속에서부터 플라스틱까지[]
  8. 아무리 금속이라고 하더라도 쉬지 않고 계속 돌리면 조금씩 팽창할 수 밖에 없고 여기에서 단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급랭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금속 금형이 상하겠죠. 그래서 업체들 나름대로의 묘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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