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소프트 비닐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소프트 비닐 키트의 생산 과정

소프트 비닐 키트와 레진 키트, 그리고 일부 메탈키트들은 인젝션 키트의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쇠로 된 금형 대신 말랑말랑한 고무나 석고등을 형틀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형틀 속에 액체 상태의 재료를 넣고 시간이 지나면 소재가 굳게 되면서 제품의 형태를 만들게 되고, 부드러운 형틀에서 딱딱해진 제품을 꺼내는 형태로 생산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PVC 재질의 인형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생산 방식은 PVC 도색 완성품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PVC 피규어는 금속으로 된 형틀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젝션 키트와 다른 점은 금형이 분리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인 PVC 자체가 워낙 연성이 좋은지라 언더 컷의 위기 속에서도 재질이 휘어져 쉽게 꺼내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특히나 완전히 굳은 상태라기보다는 뜨거운 액체 상태의 PVC가 살짝 온도가 떨어지면서 굳어가되 아직 열기는 남아있는 상태에서 꺼내는 것이라 부드럽게 휘어져서 형틀에서 빠져 나오게 됩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 생산 과정은 동영상이나 기록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일본이나 중국 PVC 토이 제조 공장에서 공개한 영상이 있으니 한 번 보시면 언더 컷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영상 모두 재료를 집어넣는 구멍보다 큼직한 형태을 만드는데 형틀을 분리하지도 않고 뽑아내는 방식이라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한 인젝션 키트에서는 만들어 내기 어려운 형태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하지만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이 거의 수공업에 가깝고 (그래서 개라지 키트라고도 합니다. 개라지 키트에 관한 내용은 모형 용어 사전 이나 24. 레진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페이지를 참고하도록 하십시오)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대신 제품의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지게 됩니다. 기계 혼자 쉬지 않고 뽑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작업을 해 줘야만 하나씩 생산되는 방식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의 주요 관심사는 아니지만 제품에 도색되어 판매되는 제품들도 수작업으로 제작하게 됩니다. 그래도 완성품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이 분야의 기술도 발전하게 되서 마스킹 테이프가 아니라 형틀 형태의 마스킹으로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 비닐 키트는 레진 키트에 비해 재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레진 키트보다 디테일 면에서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동일한 원형이라 해도 가격이 많게는 10분의 1 밖에 되지 않으므로 제품의 품질에 대한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레진 키트도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1) 실리콘 비용만 아낀다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뽑을 수 있겠지만 최근에 나오는 메카닉 레진 키트들은 부품이 100여개를 훌쩍 넘어가는 것들이 많아 가격을 낮추는 것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레진 키트에 관한 것은 24. 레진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의 장단점

소프트 비닐 키트는 레진 키트와 마찬가지로 인젝션 키트에서는 생산하기 어려운 언더 컷이 많은 형태라고 하더라도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적인 면에서는 레진 키트보다는 인젝션 키트쪽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생산 업체의 입장에서는 재료의 소모도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장점만을 놓고 보자면 이런 점이 특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부품 자체의 파팅 라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완성 후의 느낌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날렵한 느낌은 레진 키트에 비해 다소 부족하고, 퍼티를 이용해 약간 덧대거나 깎아내는 것도 인젝션 키트나 레진 키트에 비해 번거로운 관계로 가공성은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프트 비닐 키트만의 매력은 분명히 다른 키트들과 구분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조업체에서는 보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색 완성품 형태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심지어 만드는 즐거움 보다는 수집하는 즐거움을 강조하거나 부추기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직접 원하는 색을 칠할 수 있다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약간의 개조로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꽤나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 5천년의 신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국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은 모델러들보다 멋지게 도색한다는 건데 이건 어디까지나 숙련도의 문제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은 스타킹만 5만번 이상 칠하신 분들이 있는 반면에 모델러들 중에서 그런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분이 얼마나 계시겠습니까~ 당연히 결과물로만 본다면 그 분들이 더 나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만드는 과정 자체… 그리고 언제나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에 가치를 더 두도록 합시다.

소프트 비닐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
옷 색깔이 바뀌어서 신제품… 헤어 스타일이 바뀌어서 신제품

최근에는 제조 업체 입장에서 저렴한 소프트 비닐 키트보다는 단가가 높은 레진 키트의 생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소프트 비닐 키트 형태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와 레진 키트는 인젝션 키트와는 달리 금속 형틀에서 뽑아내더라도 제품의 재질 자체가 열에 약한 부품들이고, 제품의 속이 비어 있어서 배송 중에 눌린다면 충분히 휘어질 수 있는 관계로 판매되어 소비자에게 오는 과정에서 파손은 되지 않더라도 부품의 상당수가 휘어져 있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이런 부품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작업하는 동안 상당히 많은 손을 봐야 할 것이고, 완성되고 난 후에 상당히 비틀어져 있는 모형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완성한 후에라도 오랫동안 전시하고 있으면 그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목이 꺾인다던지 하는 현상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완성품을 구매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제작하게 되는 경우에는 속을 채워주는 것이 오랫동안 보관해도 안전한 방법중의 하나입니다.

혹시라도 이렇게 발목이 휘거나 한다면 뜨거움직한 물에 살짝 담궈서 형태가 다시 돌아오면 찬물에 식혀서 형태를 다시 잡아주는 방법으로 원상복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산 과정의 특성을 이해하고 키트를 만들면 키트 자체가 가지는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1. 인건비는 논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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