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부품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예로부터 흰 빨래는 삶아야 한다고 했습니다1). 역시나 모형중에서 소프트 비닐 키트와 레진 키트는 아직도 삶아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록 휘어 있었던 부품들이라도 제품의 원형이 휘어있는 것이 아니라 레진 키트나 소프트 비닐 키트가 형틀에서 꺼내어지고 포장되고 운반되어지는 과정에서 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천성이 그런 것이 아닌지라 약간의 열을 가하면 다시 착한 본성을 되찾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완성된 레진 키트나 소프트 비닐 키트를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 부품이 휘는 경우가 있습니다2).

헤어드라이어나 히팅건을 사용하는 방식

휘어진 부품을 펴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헤어드라이어로는 깊은 속에 있는 부분까지 열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얇은 부품을 살짝 다듬는 정도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입니다. 헤어드라이어는 어디까지나 아주 약간 휜 부분들을 교정할 때에만 사용하도록 하고 두께가 적당히 있는 부품들은 여전히 삶아주는 것이 더 편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헤어드라이어보다 더 높은 열을 내는 히팅건도 있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장만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장만했습니다. ㅠㅠ 혹시라도 외국 사이트에서 검색하신다면 Heat Gun 으로 검색하면 되지만 네이버쇼핑만 뒤지더라도 충분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헤어드라이어에 비하면 더 높은 열을 낼 수 있어 조금 더운 바람을 불어서라도 빠르게 말려야 할 일이 있을때는 쓸만합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의 조립
대략 2만원 언저리에서 구매 가능한 히팅건

삶는 방식

키트를 삶을 때에는 키트의 모든 부품들이 넉넉하게 들어갈 정도로 물을 담을 수 있는 사용하지 않는 냄비3)를 준비하십시오.

냄비의 약 80~90% 정도로 물을 채워주고 중성 세제를 몇 방울 정도만 떨어뜨린 후 열을 가해 끓이기 시작합니다. 물을 가득 채우지 않는 이유는 중성 세제에 의해 발생한 거품이 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품 넘치면 레인지 주변이 지저분해 지고 그렇게 되면 또 혼납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소프트 비닐 키트를 삶을 냄비 준비하기

끓기 전에 키트의 부품을 물에 담궈주고 보글보글 끓입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는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속에 쓸데없는 공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물을 집어넣어서 담궈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열 전도도 좋고 공기방울 덕에 부품들이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지 않아서 좋습니다4).

3~5 분정도 끓이다 보면 중성세제에 의해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젓가락으로 키트를 살짝 건드려 봐서 아주 말랑말랑해졌다면 이제 불을 끄고 화장실로 냄비째 들고 가도록 하십시오. 이 작업은 물론 싱크대에서 해도 됩니다. 대야나 세면대에 키트가 푸욱 담궈질 수 있을 정도의 찬물을 받아두고 젓가락을 이용해서 소프트 비닐 키트 안에 있는 뜨거운 물은 냄비에 남겨두고 키트만 살짝 집어서 찬물에 텀벙하고 빠뜨립니다. 이때 키트의 부품이 최대한 압력을 받지 않아서 찌그러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찬 물에서 식히기

이렇게 하면 뜨거워서 말랑말랑해진 상태 즉, 원형을 복제하던 당시의 형태로 돌아가 있는 상태에서 찬물에 닿게 되는 것이므로 그대로 굳게 됩니다. 간혹 원래의 형태로 다 돌아오지 않거나 식히기 위해 꺼내어 옮기는 과정에서 다시 휘어진 부품이 있다면 냄비에 남겨있는 뜨거운 물에 다시 담궈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면 원상태로 복구하는 작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습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구석 구석 세제를 이용해 닦아내기

삶는 과정에서 중성세제를 많이 풀어서 키트를 세척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조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먼지들과 퍼티들이 달라붙을 것이므로 이 단계에서는 최소한의 양으로 키트 표면에 있는 이형제라는 화학약품 (또는 탈크 가루)를 떼어내고 보다 중요한 휘어진 부품을 바로잡는 정도로만 삶고 헹구기만 하면 됩니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휘어진 키트의 형태를 바로 잡고 표면의 이형제를 없앨 수 있는데 소프트 비닐 키트를 제작한다면 최소한 이 과정만은 빼먹지 말도록 하십시오.

이제 남은 일은 물기가 없도록 바짝 말리고 즐겁게 만드는 것입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완전히 말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조립하는 과정 시작

부품의 게이트 잘라내기

인젝션 키트의 경우에 스프루를 통해 들어온 스타이렌이 러너를 타고 부품의 위치까지 들어오는 사출과정에서 부품과 연결되는 아주 자그마한 부위를 게이트라고 했지만, 소프트 비닐 키트나 레진 키트에서는 인젝션 키트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게이트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게이트라고 하는 것이 문을 뜻하는 것이니만치 제품을 생산하는 재료가 들어가는 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인젝션 키트의 경우 말랑말랑하게 녹아있는 폴리머를 고압으로 밀어넣기 때문에 게이트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소프트 비닐 키트와 레진 키트는 그야말로 대자연 어머니의 힘만으로 만들어내는 창조물인만큼 (물론 이 부분을 도와주는 기계도 있습니다만 대게 만유인력을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 고압을 이용해서 재료를 밀어넣지 않고 중력식으로 기다린다거나 원심분리의 형태를 이용한다거나 고압으로 주변 공기를 뽑아내어 재료가 들어가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료로 사용하는 수지들이 금방 굳어버리기 때문에 노즐을 통해 밀어 넣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재료 자체의 경화속도가 빠르므로 재료를 미리 많이 준비해 둔 상태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형틀을 준비해 두고 재료를 잽싸게 준비해서 순식간에 넣을 수 있도록 게이트를 큼지막하게 만드는 많게 됩니다. 단, 레진 키트에서 세심하게 작업해야 하는 자그맣거나 세부 묘사가 많은 부품들은 게이트를 아주 작게 만들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탈포기와 같이 부품 안에 있는 공기를 뽑아내기 위한 별도의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5).

러너나 게이트 같은 부분은 어디까지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 모형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아니므로 작업할 때 가장 먼저 잘라내 주어야 하는 부분들입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게이트 예 – 쇄골 아래의 맨질한 부분과 눈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투구에서 얼굴이 드러나는 안쪽이 게이트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게이트 예 – 망토 안쪽과 팔꿈치 아랫쪽, 다리의 팬티 라인(?) 윗 부분, 발등 윗 부분이 모두 게이트

설명서를 보면 게이트를 잘라내어야 하는 부분 혹은 게이트가 잘려져나간 부분등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설명서를 잘 보고 모양을 잘 파악해서 세심하게 잘라내고 접착될 부품과 맞추어 보면서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제품에 따라 구성이 너무 단촐한 경우에는 설명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의 게이트는 재질이 PVC 이므로 칼로 잘라내어도 상관없지만 게이트 덩어리가 큰 경우에는 칼에 힘을 많이 주어서 잘라야 하므로 자칫 손을 다칠 수 있어 미리 대충 성둥성둥 썰어주고 나서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칼로만 다듬는 경우에는 소프트 비닐 키트의 제조상 특성때문에 같은 부품이라고 하더라도 부위에 따라 두께가 다를 수 있으므로 힘의 강약을 조절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항상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크게 힘 받는 부분이 없도록 니퍼등을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대충 잘라내면 칼로 잘라낼 때 힘이 덜 듭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칼을 이용해 남은 게이트를 대충 잘라낸 부품

쓸데없는 부분을 자를 때에는 니퍼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데 아무래도 험악한 작업이니만치 연약한 모형용 니퍼보다는 산업용 니퍼가 좋습니다. 철물점에 가면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전선 피복 벗기는 니퍼를 이용하면 힘도 덜들고 잘 잘려 나갑니다. 어차피 전선 피복도 PVC와 비슷한 재질이니까 잘 잘리는게 기본입니다. ^^

게이트를 대충 잘라냈다면 이제 칼이나 모형용 니퍼를 이용해서 깨끗하게 다듬을 차례입니다. 인젝션 키트와는 달리 게이트 자국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깔끔하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부품처럼 다른 부품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상태라면 들어가는데 걸리적거리지 않는 정도만 다듬으면 되는데 망토 부품처럼 다듬은 단면이 보여지게 되는 부품들은 조금 더 세심히 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게이트를 깨끗하게 잘라내어 다듬기
51. 소프트 비닐 키트 부품 다듬기
게이트를 다듬고 부품을 맞춰가며 더 다듬어야 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1. 요즘은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삶는게 좋은가 봅니다. 삶는 세탁기가 한동안 출시되고 어느정도 자리잡았던걸 보면 말이죠.[]
  2. 자동차 대쉬보드에 PVC 인형을 놓으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눕기 시작하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의외로 사진은 없네요. 그 지경에는 사진을 찍지 않나 봅니다.[]
  3. 집에 아마도 한 개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괜히 어머니나 아내가 아끼는 주방 용품에 키트를 넣고 삶았다가 혼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4. 전체적인 과정은 아무래도 라면 조리법과 비슷합니다. 스프넣고 물 팔팔 끓이는… 다른 점이 있다면 면을 미리 넣고 끓이면 우동이 되는 수가 있지만 키트는 우동이 되는 일이 없으므로 미리 미리 넣고 끓이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가 되겠습니다.[]
  5. 생각난 김에 검색해 보니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목적으로 사용할만한 산업용 사양은 아니지만 필요한 부품을 이따금 뽑아낼 수 있을만한 소형 탈포기 제품은 10만원대면 장만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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