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소프트 비닐 키트 접착하기

소프트 비닐 키트를 접착할 때는 순간접착제

조금은 설명의 순서가 뒤바뀐 듯한 느낌도 들지만 접착하기 위한 과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젝션 키트와는 달리 소프트 비닐 키트의 경우에는 살짝 끼워놓거나 테이프등으로만 고정시켜서는 빈틈없이 완전하게 자세를 잡고 살펴볼 수 없으므로 가조립 과정에서도 일부 부품은 접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는 인젝션 키트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용 접착제로는 접착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나 레진 키트, 메탈 키트에는 (구하기 매우 어려운) 전용 접착제가 별도로 판매되는 것도 있지만 구하기 어렵지 않은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면 됩니다.

목공용 순간접착제 (Instant adhesive for woodworking)
목공용 순간접착제

순간접착제는 이런 모형1)의 접착제로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순간접착제의 결정적인 단점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젝션 키트는 접착제가 굳기 전에는 조금 흉터가 생기더라도 거의 원형을 유지한채 떼어낼 수 있지만 소프트 비닐 키트에 순간접착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순간접착제를 사용할 때에는 아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그만큼 가조립 과정이 중요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속에 아무것도 채워 넣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물에 넣고 팔팔 끓이면 부품이 곱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다시 겪는 것보다는 접착을 잘 하는 것이 더욱 편리한 방법입니다. 대충 붙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단차가 심하거나 제대로 서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완성하고 나서도 계속 찜찜한 기운이 남게 될 것입니다.

순간접착제 잡 상식

그럼 생활 상식삼아 잠시 순간접착제의 탄생 배경과 성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순간접착제의 탄생 배경은 베트남 전쟁이라고 합니다. 어느 전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전쟁에서는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게 되는데 작전중 죽은 사람2)들에게는 전장에서 해 줄수 있는 것이 빠른 유해송환 외에는 그다지 없지만 정작 문제는 수많은 부상자들의 경우 부상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한 명의 생명을 건지는 것이므로 더욱 중요한 일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부상자는 부상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간호병이나 전투원이지만 전투보다는 동료를 지켜야 하는 병사를 만들게 되고 전력은 급격히 줄어들게 되겠죠.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본국에서 병사를 데리고 와야 하는데 이미 미 본토에서는 전쟁 반대 흐름도 생길 판이니 무한정 병사를 차출할 수도 없겠죠. 그래서 부상병을 죽지 않도록 보살펴 다시 전장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여러모로 군사 작전에서 유리한 점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외과적인 수술이나 응급처치를 해야만 하는 전쟁터이므로) 턱없이 부족한 군의관으로는 외상수술후 실과 바늘을 꺼내어 한땀 한땀 꿰매기에는 밀려들어오는 부상자의 숫자가 너무나 많은 상황인 것입니다. 게다가 습한 베트남 자연환경에서 약간의 상처라고 하더라도 감염이 일어나기 쉬우니 제때 봉합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죽기까지 하니 여간 난제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때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외과의 봉합처리같은 것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순간접착제입니다. 순간접착제에 의해서 손가락이 들러붙은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데 유독 붙이고자 하는 것들보다는 손가락이 더 잘 들러붙는 것은 이런 탄생 배경때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잡설이었고 순간접착제의 특성을 이해하면 조금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순간접착제를 잘 사용하는 법

순간접착제는 공기 또는 인체에 있는 수분을 흡수해 경화가 되는 방식으로 설계된 물질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건조해도 수분이 있는 피부나 바짝 말랐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습기를 머금고 있는 나무의 접착에는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점은 모형 제작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순간접착제를 조금이라도 많이 사용하게 되거나 주변에 습기가 많은 환경이라면 접착제가 건조되는 동안 주변의 습기를 빨아들여 경화되는 과정에서 허옇게 김이 서리는 백화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사실상 이렇게 된 부분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백화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빠르게 건조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편한 방법은 역시나 순간접착제 경화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경화제 자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은 방법입니다. 두번째 편한 방법은 베이킹파우더를 살짝 뿌려주고 표면에 남은 베이킹 파우더 자국은 사포로 갈아내는 방법입니다.

어쨌거나 두가지 방법 모두 후처리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일이기에 가장 근본적인 사용법을 알려드리자면 제품 설명에 “빠른 경화 Fast Cure” 또는 “백화현상이 적은 Low Blooming” 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제품을 사용하되, 절.대.로 한번에 많은 양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순간접착제는 소량만 사용해도 잘 붙을 수 있기에 가급적 적게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특히나 인젝션 키트의 투명부품을 접착할때 순간접착제를 사용하게 된다면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도색을 하기 전에는 그다지 접착제 자국 따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므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순간접착제가 주르륵 하고 흘러서 접착제 자국이 남게 된다면 깨끗하게 갈아내기 힘들뿐 아니라 그냥 도색하게 되면 상당히 눈에 거슬릴 수 있는 단차를 만들어 내므로 접착제 사용량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순간접착제는 모세관현상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많이 바른다고 접착력이 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 접착력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접착제를 흘려 넣어 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라도 순간접착제를 잘못 사용했을 경우에는 순간접착제 제거제가 있으니 이런 제품을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거제가 없다면 무한 사포질을 해야 하는 경우가 그나마 나은 방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_1iZ_-0MIw

그리고 나서는 다음에 설명할 접합선 수정등의 과정을 거치면 깔끔하게 접착한 자국을 없앨수 있습니다. 도색을 다 마친 후에 접착해야 하는 부분은 가능하면 작품을 볼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서 흘려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에 잘 보이는 부분에서 순간접착제를 흘려 넣을 경우에는 접착제가 들어간 부분에 자국이 남거나 약간 다른 색상을 띠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순간접착제는 접착제 자체의 표면장력이 아주 약하므로 (걸죽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목공용 순간접착제의 경우에는 나무가 다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매우 걸죽합니다.) 쉽게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고 가조립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프트 비닐 키트, 레진 키트, 메탈 키트등에는 아주 최적의 접착제로 사용되게 되는 것입니다.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는 올바른 방법은 아주 가는 대롱을 이용해서 아주 소량 (많이 바른다고 좋은것이 결코 아닙니다. 건조시간만 느려지고 백화현상만 생깁니다.) 접착할 틈새에 흘려 넣어주는 것입니다. 대롱은 보통 순간접착제 제품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순간접착제용으로 주사기 바늘같은 것도 판매하고 있으니 필요하다면 이런 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좀더 조심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유리판이나 플라스틱판 위에 순간접착제를 한두방울 떨어뜨린 후에 칼끝이나 핀을 이용해 아주 조금만 묻힌 다음에 모형의 접합면에 살짝 흘려넣는 것입니다. 아주 조금만 묻더라도 상당한 무게를 견딜수 있으니 흥건하게 바를 생각을 하지 마시고 튼튼하게 접착되는 수준에서 가급적 적게 사용하세요. 여튼 조금씩 여러번 모세관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작업하는것이 정답이고, 강도 보강이 필요하다면 베이킹 파우더를 살짝 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순간접착제를 흘려넣기가 어려운 조그마한 부품같은 경우에는 핀셋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제 위치에 부품을 가져다 대고 옷 핀이나 칼날부분을 이용해서 순간접착제를 조금씩 옮기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핀셋으로 부품을 잡고 유리같은 곳에 떨어뜨린 순간접착제에 접착 부위를 살짝 찍어서 접착할 위치에 가져가 자리를 잡고 경화제를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순간접착제를 핀으로 떠서 바르는 모습]

한가지 팁을 더 알려드리자면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는데 최적의 날씨는 습도가 높지않은 약간 건조한듯한 날씨가 좋다는 것입니다. 비오는 날 래커스프레이를 뿌려서 유광택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나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수 있는 환경하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작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품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진열장에 넣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이므로 모든 순간 순간에 정성을 다 하시기 바랍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 접합선 수정하기

소프트 비닐 키트의 접합선 수정도 인젝션 키트의 접합선 수정과 별반 다를것이 없습니다. 다만 키트의 재질에 따라 사포가 발휘하는 성능이 차이가 나므로 물성에 대한 차이점만 어느정도 적응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물성중 한가지는 인젝션 키트나 레진 키트는 완전히 딱딱한 고형물질인 반면 소프트 비닐의 표면은 약간은 움직임이 있을 수 있는 딱딱한 탄성체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만약 사포로 밀면 인젝션 키트나 레진 키트는 단단하게 버티며 퍼티와 함께 깎여나가는는 반면, 소프트 비닐 키트는 약간 밀리는 느낌이 나며 생각보다 잘 깎여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소프트비닐 키트에는 사포를 이용해서 갈아내더라도 잘 갈리지 않고 흠집이 생길 경우 계속해서 사포질을 한다고 표면이 매끄러워지는 것도 아닌 상태가 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작업하시면 되겠습니다.

접합선을 수정을 위해 사용하는 퍼티는 플라스틱 퍼티를 래커 시너에 희석하거나 아니면 원액 상태 그대로 발라주고 완전히 굳힌 다음에 사포질을 하는 형태나 에폭시퍼티나 폴리에스터퍼티를 발라주고 대충 모양을 잡은 후에 깎고 다듬는 방법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퍼티작업과 접합선 수정에 관해서는 이미 인젝션 키트를 설명할 때 설명한 부분이 있으므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인젝션 키트의 조립 부분의 퍼티 작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프트 비닐 키트 세척하기

드디어 접착과 접합선 수정등의 과정을 모두 마친 (두 가지 과정은 서로 병행하기도 하고 도색을 마친 후에 접착하기도 하지만 현재 과정을 도색하지 않은 상태라고 가정합시다.) 키트를 깨끗하게 씻어야 할 차례입니다.

반복되는 이야기하지만 사출 색상이 인젝션 키트처럼 도색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멋이 있는 키트가 있는 반면, 소프트 비닐 키트나 레진 키트의 경우에는 도색을 하지 않으면 멋없는 플라스틱 덩어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도색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고(하다 못해 서페이서까지 만이라도) 그만큼 도색 전 준비작업은 상당히 중요해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세척한다는 의미는 휘어져있을지 모르는 키트를 삶으면서 이형제를 빼는 것과는 다른 의미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퍼티가루나 남아있는 석고가루 그리고 그간의 작업 과정동안 손에서 옮겨졌을 기름기 또는 때를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못쓰는 칫솔이나 넓은 세척용 붓, 중성세제, 세숫비누 등을 이용해서 부품의 구석구석까지 깨끗하게 닦아내 앞으로의 주요 작업인 도색 작업에서 도료가 제대로 붙어 있을 수 있도록 표면 상태를 뽀송하고 깔끔하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한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털어 내고 물기가 전혀 없도록 건조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표면 또는 구석에 남아있는 물기가 있을 경우에는 도색 작업에 사용하는 도료들과 서로 엉키게 되므로 다시 닦아내고 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아크릴 도료라면 그다지 상관없겠네요~). 만약 에어브러시나 캔 스프레이를 사용할 경우 도료와 엉킨 물이 표면을 흘러 도료 위에 물이 흐른 자국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세척후의 건조는 아주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이 과정은 어느 키트나 마찬가지이고, 43. 인젝션 키트 접착 부품 다듬기 에서도 설명했던 내용이라 짧게 마치겠습니다.

여기까지 무사히 마치셨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도색작업을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1. 소프트 비닐 키트나 레진 키트, 메탈 키트[]
  2. KIA ; Killed in Action, 전쟁 중 사망. 전사통지서에는 빨강색으로 KIA 라는 도장이 찍히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기아 제품은 미국시장 진입 초기에 상당히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초기 기아자동차의 로고가 바로 빨강색 동그라미의 KIA 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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