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타는 베이스의 선택
여러분은 모형을 제작한 후에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베이스없이 그냥 모형을 제품 그 상태 그대로 세워 놓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먼지라도 쌓이지 않는 곳1)에 보관하시나요? 어느 날 갑자기 모형을 놓는 위치를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그냥 맨 손으로 애써 도색한 모형을 잡아서 다른 위치로 옮기시나요?
모형 제작 과정을 생각해 보면 작품을 보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튼튼하게 정착되지 못한 도료막은 들떠버릴 수도 있으니 제작 과정에서 먼지나 손에서 묻어나는 기름기도 없애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죠. 심지어 햇빛을 잘 받는 위치라면 도료의 색상도 변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막을 형성하고, 심각하면 잘 떨어지지도 않게 됩니다2).
저처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이야 베이스나 장식장에 대한 로망이 적을 수도 있지만 저는 완성한 모형을 맨 손으로 만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위치를 옮길 때라도 마음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모형이 혼자 쓰러지지 않도록3) 가급적 베이스를 만들어 주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따져 보면 베이스에 관한 이슈는 어찌 보면 취향의 문제에 근접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디오라마나 비네뜨를 만드는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키트만 세워 놓는 것 보다는 아주 간단한 형태라고 하더라도 베이스가 있는 것이 모형을 오랫동안 보관하는데 더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위 첫번째 사진은 기성품으로 나와 있는 정비창 세트에 건담을 세워 놓은 것 뿐이고, 두번째 사진은 LED 조명이 있는 아크릴판같은 것 위에 세워 놓은 것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디오라마나 비네뜨를 만드는 수고로움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정도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베이스가 있고 없음은 작품을 보관하는데 많은 차이를 주게 됩니다.
물론 다작을 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이런 베이스 하나하나가 엄청난 공간을 잡아먹을 것이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저마다 다른 크기의 베이스가 오히려 눈에 더 거슬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그런 면에서 취향의 문제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겠죠.
여튼 저처럼 어디에라도 세워놓고 나중에 위치를 옮길 때 모형을 건드리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손잡이 역할이라도 하는 베이스를 만든다는 소소한 목표에서 조금 더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조금은 더 거창한 목표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베이스 제작에 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주변 환경이라는 것이 어느 것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으므로 다양한 기법들을 자신이 설정한 상황과 이야기에 맞춰 모듈식으로 끼워맞춘다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기법을 살펴 보시는 것은 영감을 떠 올릴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