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러너에서 떼어 내기

부품 떼어 내기

이제 실질적인 제작으로 들어가 가조립을 위해 부품을 러너에서 떼어내는 것부터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실제 제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품을 러너에서 떼어내는 것이야말로 본격적으로 모형을 제작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조립이 아닌 가조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도색을 염두에 두고 조립했던 것을 다시 분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요즘은 제품의 성형 색상이 나쁘지 않으므로 간단하게 조립해서 완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굳이 가조립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예를 들어 펭귄대왕님의 HGUC RGM-79 GM (Injection, 초염가 제작기)를 보시면 조립할 때 접합선을 없애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제작하면 접합선 수정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색을 위한 가조립을 하더라도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약간만 더 신경쓴다면 나중의 부품 다듬기라던가 접착하는 부분의 일을 많이 덜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대충대충 하게 되면 나중에 몸이 조금 피곤해질 수도 있습니다.

부품을 러너에서 떼어내고 다듬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으므로 몇 가지 요령만 알아 보고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키트에서 부품을 떼어낼 때 손으로 잡아서 뜯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러너와 붙어있던 부품이 휘어지고 찢겨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접착이나 다듬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간혹 제품의 포장 상태가 좋지 않아 유통과정에서 부품이 덜렁거리다 못해 떨어지는 경우도 있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예쁘게 잘라낸 것이 아니라 쥐어 뜯은 것처럼 자국이 남게 됩니다.

[찢어진 부품]

일반 니퍼와 모형용 니퍼의 차이

부품을 떼어내는 올바른 방법은 칼이나 니퍼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니퍼는 꼭 모형용이 아닌 전선 피복을 벗기는 일반 니퍼여도 상관없습니다. 이때 너무 큰 니퍼를 사용하면 작업하기도 불편하고 부품을 상하게 할 여지도 많아지므로 가급적 자그마한 니퍼를 사용하도록 하십시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일반 니퍼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모형용 니퍼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니퍼 형태의) 손발톱깎이

모형용과 공업용의 차이점은 날이 있는 단면이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인데 아래 그림을 보면 어떻게 다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일반 니퍼의 단면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모형용 니퍼의 단면

위의 니퍼 단면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러너에서 부품을 떼어낼 때 모형용 제품이 일반 니퍼보다 잔여물이 적게 남게됩니다. 하지만 이런 조그마한 부분은 칼로 스~윽 하고 깎아내면 되므로 굳이 모형용이냐 일반 니퍼냐를 가지고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작업하다 보면 모형용 니퍼라고 할 지라도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잘라낸 후에 칼로 다듬어 주는 것이 훨씬 깔끔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니퍼 대신 (니퍼 형태로 생긴) 손톱깎이를 이용해서 부품을 떼어내도 상관없습니다1). 하지만 오랫동안 작업하다 보면 손톱깎이의 날이 망가질수도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모형용 니퍼나 소형 일반 니퍼를 하나쯤 장만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게이트 다듬기

이 과정에서 잘라내는 것은 엄밀히 러너에 붙어있는 부품을 떼어내기 위해 게이트를 잘라낸다고 표현하는게 맞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를 잘라내게 되므로 잘라낸 자국이 생기게 되겠죠. 이 게이트 자국을 처리해야 어느 부분을 러너에서 분리해 냈는지 티가 나지 않게 됩니다.

즉, 러너에서 떼어낸 것만으로 부품을 완전히 다듬었다고 할 수는 없고 칼을 뉘여 곱게 다듬거나 부드러운 사포로 다듬어주는 과정을 한 번 거치면서 게이트 자국을 없애는 것이 부품을 떼어내는 마무리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칼날로 다듬는 모습]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사포로 다듬는 모습]

파팅 라인 다듬기

파팅 라인?

러너에서 부품을 떼어내고 나면 떼어낸 게이트 자국을 다듬게 되는데 실제로 부품에는 이 게이트 자국 외에도 파팅 라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파팅 라인이라고 하는 것은 금형과 금형이 맞닿는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제품 발매 초기에는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같은 금형을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제 아무리 쇠로 만들어진 금형이라고 할 지라도 고온의 플라스틱 사출물과 압력 그리고 마찰에 의해 조금씩 닳거나 변형되기 시작하고 이렇게 변형된 부분이 모든 금형에서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금형과 금형이 맞닿는 부분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금형 제작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언더 컷이 생길수 밖에 없는 복잡한 부품의 파팅 라인과 부품 뒷면의 밀핀 구조를 연구하시면 그 제품을 생산할 때 생산업체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참고하실 수 있을겁니다. 이런 파팅 라인은 칼날을 세워서 한 번 스윽 긁어주는 것 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보다 권장해 드리고 싶은 방법은 사포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22. 인젝션 키트의 생산 방식과 이해를 보시면 조금은 더 이해되실거라 생각됩니다.

칼날을 이용한 파팅 라인 수정

먼저 칼날을 이용한 파팅 라인 다듬기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칼날을 이용할 만한 범위는 아주 조그마한 부품이나 세밀한 부품의 경우에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품의 파팅 라인과 칼날이 90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일정하게 힘을 주어 파팅 라인 방향으로 밀어주면 깔끔하게 파팅 라인을 지울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도가 비뚤어지거나 힘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 부품을 파먹거나 오히려 더 큰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이렇게 칼날을 이용하면 좋은 부분은 부품의 폭이 좁거나, 모퉁이가 날카롭게 살아있어야 하는 경우에 특히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좁은 부분의 파팅 라인]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칼을 이용한 파팅 라인 다듬기]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파팅 라인이 다듬어진 상태]

사포를 이용한 파팅 라인 수정

파팅 라인이라는 것이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금형의 사이에서 생기는 것인데 일반적인 금형의 경우에는 언더 컷을 해결하기 위해서 형태를 수정한 후에 두개의 금형에서 생산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바디나 탱크의 포탑처럼 한 덩어리로 성형되어 나오는 제품들의 경우에는 슬라이드 금형이라고 불리우는 다중 금형을 이용해서 슬라이딩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한 면에 보다 많은 파팅 라인이 형성되게 됩니다.

이렇게 파팅 라인이 넓은 부분에 걸쳐서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칼을 이용해서 일정하게 힘을 주어 다듬기 힘든 부분이므로 사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방법은 800 번에서 1000 번 정도의 사포를 적당량 잘라내어 파팅 라인을 중심으로 사포로 서서히 밀어주면 튀어나온 부분이 깎이면서 부품에 새겨져 있던 파팅 라인이 깔끔하게 깎여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사포로 작업한 만큼 표면이 상당히 많이 손상되었을 수 있으므로 1200 번이나 그 이상의 사포를 이용해서 다듬어 주면 제품이 출시될 당시와 비슷한 표면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넓은 부분의 파팅 라인(좌측)과 다듬은 결과(우측)]

가조립 하기

가조립

가조립 과정이란 부품의 접착 위치를 확인하거나 프로포션 또는 무게중심등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부품을 맞대어 보거나 살짝 고정시켜보는 작업입니다. 인젝션 키트는 굳이 가조립이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젝션 키트의 대부분은 가동이 가능한 상태이기때문에 굳이 프로포션이나 무게중심을 잡기위해서는 가조립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또한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키트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부품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발매된 제품들은 거의 빈틈이 없도록 키트가 설계되고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른 부품들을 이용해 접합선을 숨겨주는 제품도 많으므로 미리 이런 부분을 확인해 보고 접합선을 수정한다면 불필요한 작업을 줄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부품을 접착하기 전에 어떤 위치에 어떤 각도로 붙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가조립 과정을 거치는 것이 키트를 잘 만드는 비결 아닌 비결인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예가 접착제를 듬뿍 발라 접착한 후에 접착제가 마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설명서 한 귀퉁이에서 이미 접착해 놓은 부품 사이에 다른 부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을 발견하게되고 허겁지겁 붙여놓았던 부품을 다시 떼어내 보지만 이미 접착이 시작된 단계라 상당히 지저분해지거나 부러져버리는 경우를 당했을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마도 아주 신중한 사람이거나 인젝션 키트를 몇 개 안 만들어 본 사람일 것입니다. ^^;)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품의 위치를 대략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가조립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대처방법은 접착제에 손을 가져가기 전에 설명서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가조립 작업은 귀찮은 과정이긴 하지만 작품의 도색 계획까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므로 대강 맞춰보는 정도까지는 해 보시기 바랍니다2).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접착전 부품을 대충 맞춰보는 가조립 과정]

하지만 가조립 과정을 반드시 이빨이 딱 맞도록 끼워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빨이 맞도록 부품을 끼워 넣으면 때로는 다시 분리하기 너무나 힘 든 경우가 있으므로 이렇게 부품을 딱 맞게 끼워야 할 때에는 나름대로의 꽁수가 필요한 법입니다.

가이드 핀 잘라내기

딱 맞는 부품을 가조립했을 때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은 가이드 핀3)이 뻑뻑하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가이드 핀을 비스듬하게 잘라 내주는 방법을 사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부품을 맞춰보고 분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잘라 내라는 것이 아니므로 나중에 접착할 때 부품끼리의 위치가 어긋나는 법도 없습니다.

정상적인 가이드 핀 상태대로 끼우게 되면 핀 자체가 힘을 받는 면적이 넓어지므로 (마찰력이 강해진 반면 움직일 여력이 없으므로 분해하기가 정말로 까다롭습니다.) 나중에 분해할 때 많은 힘이 들고 심지어는 아예 빠지지않거나 가이드 핀이 망가져버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이드 핀을 살짝 잘라내고 가조립하면 이런 경우는 없어지게 됩니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품을 별도로 가공하지 않은 정상적인 가이드핀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깊게 들어가게 됩니다. 이 부품들을 다시 분리하려면 암 핀과 수 핀의 표면이 꽤나 강한 마찰력을 발휘해 부품 분리가 쉽지 않은 정도가 됩니다. 이때 억지로 더 힘을 주면 가이드 핀이 하얗게 변색되는 것처럼 휘어지거나4) 심하면 부러지게 됩니다. 물론 가이드 핀이 없더라도 우리는 이 부품들을 정확하게 접착할 수야 있겠지만 여러모로 신경써야 할 것들이 생기게 됩니다. 제대로 정확한 위치인지, 혹시나 틀어지지는 않았는지, 접착제까지 사용했는데 강하게 접착되었는지와 같은 불필요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그래서 암/수 핀 방식으로 가이드 핀이 있는 경우에는 수 핀을 비스듬하게 절단한다. 반듯하게 절단하더라도 부품을 분리할 때 발생하는 마찰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지만 가이드 역할은 충분히 하면서 가급적 끼워넣는 방향으로 발생하는 마찰력은 줄이기 위함입니다. 어쨌거나 가이드 핀이 있는 상황이므로 끼워넣는 방향이 아닌 횡방향의 압력에는 잘 버틸 수 있게 됩니다. 그림은 평면인지라 너무 약하게 끼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로는 입체 봉이 사선으로 깎여 끼워지는 것이므로 생각보다 틀어짐 없이 잘 끼워넣을 수 있게 됩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이 작업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이드 핀 자체의 고유 기능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적당량만 잘라내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가이드 핀 잘라내기의 요령이자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가이드 핀을 원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정도로 잘라내게 되면 가이드 핀이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므로 이 부분을 신경 써서 작업하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대부분의 가이드 핀이 동그란 형태이므로 원기둥의 위에서 봤을 때 원의 절반 이상만 잘라내지 않는다면 가이드 핀 고유의 기능은 유지되므로 이 작업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점차 기술이 발달해 이마저도 필요없는 키트들도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매번 신제품만 만드는 것은 아니므로 간단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기법입니다. 요령이라면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정도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우선은 너무 짧게 남기고 모두 자른다는 느낌만 아니면 어떤 상태라도 상관없습니다. 사선으로 잘려진 부분이 작더라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렇게 가이드 핀을 가공했다고 하더라도 부품이 저절로 분리되지는 않으므로 가급적 부품을 다치지 않고 분리할 수 있는 도구도 있으면 편리합니다. 보통은 커터 칼이나 아트 나이프를 접합 면을 따라 푸욱~ 찔러넣고 칼날을 좌우로 비틀면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 의도치 않게 부품에 자그마한 상처를 남길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할만한 것으로 보통 2~3천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 수리 도구중 하나인 오프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스마트폰 수리 오프너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스마트폰 수리 오프너

C형 가공

C형 가공5) 접착해야 하는 부품 사이에 다른 부품이 들어가는 형태일 때 유용한 방법입니다.

건담을 예로 들자면 다양한 관절이나 어깨 장갑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첫번째 그림과 같이 검정색 부품에 파란색 부품을 끼워넣고 그림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덮개에 해당하는 검정색 부품을 위에 덧씌운다고 가정하면… 덧씌우고 나서도 중앙에 있는 핀이 회전 축이 되어 두번째 그림에 있는 것과 같이 빨간색 위치로 회전할 수 있게 됩니다. 아주 많은 관절들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사출색과 달리 파란색 부품을 흰색으로 칠해야 한다면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까요? 파란 부품에 흰색을 칠하고 검정 부품을 접착하고 접합선 수정하고 마스킹해서 흰색에 검정색이 닿지 않도록 하고 그 위에 검정색을 뿌려야 할까요? 아니면 일단 부품을 모두 접착하고 검정색을 칠한 다음에 파란 부품을 이리 저리 움직여가며 흰색으로 칠해야 할까요? 사실 두가지 다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글로만 읽어도 짐작이 되실겁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이런 경우에 파란 부품에 흰색을 칠하고 이미 접합선까지 마치고 검정색을 칠한 부품에 딸깍하고 끼워넣되 원래의 기능인 회전도 가능하다면 작업은 매우 단순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작업 공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C형 가공이라고 합니다. 알파벳 C자 형태로 암 핀을 잘라내서 가공한다는 의미입니다.

C형 가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암 핀을 잘라낼 때 불필요하게 많이 잘라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잘라낸 구멍을 통해 파란 부품을 끼워넣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잘 빠져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C형 가공은 별도의 작업… 예를 들면 도색까지 마친 부품을 끼워넣어서 합체하기 위함이지 다시 분리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면 됩니다. 즉, 약간 힘겹게 끼우더라도 쉽게 빠지지 않는 것이 작업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아래에 있는 그림의 빨간색 선이 있는 위치까지 잘라내야 쏙~하고 들어갈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업하면 그 다음 그림에 있는 것처럼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빠져나오기도 쉽고, 무엇보다 관절이라면 마땅히 적절한 마찰력으로 부품이 어느정도 고정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늘어져버린 낙지처럼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낙지 건담은 어떤 포즈도 잡기 어려우므로 이렇게 되면 매우 곤란해 집니다. 특히 이렇게 넓게 잘라내다 보면 C형 가공이 아니라 U형 가공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왜 U형 가공이 아니라 C형 가공이라고 불리우는지 고민해 보면 잘라내야 할 형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그래서 실제로 가공을 할 때에는 수 핀 보다 살짝 작게… 하지만 암 핀의 바깥쪽이 안쪽보다 살짝 넓게 작업하시면 적당하게 들어가고 관절에 힘도 생길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살짝… 적당히… 라는게 매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 그대로 적당하게 설명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암 핀 내경의 원주율의 1/8 길이만큼만 자르면 최적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저 수치를 계산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자르고 나서 낙지가 되었음을 깨달으면 이 또한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므로 한가지 작업 요령을 말씀드리자면 검정색 부품을 접착하기 전에 조금씩 잘라가면서 끼워지는지 확인해 보되6)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는 정도에서 멈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방향에서 끼워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요령이라면 요령입니다. 만약 이 사례에서 측면이 아닌 아래쪽에서 들어가면 부품이 빠지기 더 쉬울 수 있겠죠? 들어가는 방향만 잘 잡으면 끼워넣고 나서 다시 분리하지는 못하는 최적의 방향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41. 인젝션 키트의 가조립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2차원 평면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지난 수천년간의 교육 시스템에서 경험한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적절하게 전달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C형 가공과 관련해서는 아마도 동영상으로 보시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1.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손톱깎이로도 가능하겠지만 부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2. 한편으로는 가전제품… 심지어 복잡한 기계 덩어리인 자동차를 사고도 매뉴얼을 보지 않는 문화권이다 보니 설명서에 꼼꼼하게 적혀 있어도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5권이나 되는 자동차 매뉴얼을 정독했습니다.[]
  3. 일반적으로 가이드 핀이라고 하는데 검색엔진에 검색해 보니 외국에서 사용하는 말은 아닌가 보네요. Guide Pin 으로 검색해도 한국 사이트만 나올 뿐 해외 사이트에서는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나 봅니다. 그렇다고 Dowel 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구요. 정확한 용어를 찾아보려 하니 나오지는 않고 이렇게 한글 패치가 잘 정착된 분야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4. 성형된 색상이 있음에도 플라스틱 자체가 늘어나게 되면서 색상이 변하게 됩니다.[]
  5. 외국 자료를 찾으시려면 C Joint Modification 으로 검색해 보세요.[]
  6. 검정색 덮개 부품을 접착하지 않았다면 부품을 분리하기는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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